<홀츠만 방어막> (Holtzman Shield)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26년 4월 21일, 오후 07시03분에 서울예술대학교 바동 3층에서 한승혁이 (37.3321°N, 126.8372°E)

홀츠만 방어막(Holtzman Shield)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 시리즈에 등장하는 물건이다.

이름 그대로 방어막인데, 설정한 속도 이상으로 접근하는 객체는 튕겨내고 그 미만의 속도로 접근하는 객체는 통과시키는, 무언가를 보호할 수 있는 방어막이다.

이 발명품 때문인지 덕분인지, 소설 <듄>에서의 전투 양상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전투 양상과는 완전히 정반대이다. 일반적인 총기류는 도태된 지 오래이며, 방어막을 저속으로 뚫을 수 있는 창과 칼 등을 이용한 근접 전투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마치 중세시대처럼.

이마저도 그냥 휘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공격하고자 하는 대상이 착용하고 있는 보호막에 닿을 때 즈음 속도를 천천히 낮추어 보호막을 직접 뚫어야 하는, 무엇 하나 일반적인 것 없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다.
-- a.원문에 "The Slow Blade Penetrates the shield(느린 칼날이 방어막을 뚫는다)" 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던컨과 거니가 폴을 훈련시킬 때 쓰는 전투 격언/원칙이다. b.프라나빈두(Prana-bindu)는 베네 게세리트가 만든 근육/신경 완전 제어 훈련법이다. Prana-bindu 숙련자들은 방어막의 임계속도 아래로 칼날을 정교하게 조절하며 찌르는 게 가능하다. --

어째서 이런 고찰을 하는가, 나는 <듄>을 좋아한다. 소설도 군생활 내내 읽었을 뿐더러(너무 길어서 완독은 못했다) 영화 시리즈도 좋아하고 사운드트랙도 특히, 좋아한다.

소설 <듄>을 원작으로 하는 모든 2차 창작물들은 대개 웰메이드다. 영화 시리즈(DUNE, 2021)의 경우 워낙 거장들이 참여한 작품이라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난 이 방어막을 물리학에 기반한 설계를 통해 구현해보고자 한다. 다만 내가 뭐 물리학도도 아니고 본문에 오류가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 최대한 검증하려 노력했으며, 결론이 이론상 불가능일지언정 무언가를 깊이 있게 고민해보았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는 걸 제발 내 스스로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용아맥 아마도 D열

본가에 있던 스크린. 지금은 치웠는데 다시 둘 생각이다

"빠른 것은 막고 느린 것은 통과시킨다."
어린 시절 과학시간에 실험했던 강강약약의 감자 전분이 생각난다. 비슷한 원리로, 유체역학의 비뉴턴 성질을 이용해보자.

비뉴턴 유체란 응력과 점도가 일관되지 않는 유체인데, 각기 다른 환경이나 상황 조건에 따라 응력이 변화한다. 상황 조건을 감자 전분물로 예를 들자면, 일정 수준 이상의 면적이 있는(주먹 같은) 물체로 빠르게 감자전분물을 내려치면, 충돌 지점 근처에서 전단 속도 (국소적으로 속도가 얼마나 급격하게 변하는가에대한 공간 기울기) 가 매우 높아짐에 따라 점도가 상승하게 되고, 순간적으로 고체처럼 딱딱해지는 성질을 가지게 된다. 해당 특성과 성질을 이용하여 유체 입자들이 보호막 사용자 주변 공간에 떠있을 수 있도록 대입하면 되는데, 어떻게 주변 공간에 흐트러지지 않고 일정한 형태로 붙어있을 수 있게 하는가 하면,

먼저 입자들을 붙잡아둘 물리적 기반이 필요하다. 그래픽의 개념에서 캐릭터 주변에 표면 메쉬를 생성하듯 온몸을 가리는 수트를 입히고, 격자 형태의 필라멘트(전도체이기만 하면 되고, 강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으며 보호막을 사용한 객체의 움직임에 따라 휘어지기만 하면 된다)를 배치한 뒤, 격자 교차점마다 마이크로 규모의 전자기장 발생 장치를 배치한다. (전자기장 발생 장치를 배치함으로써 입자들을 포획할 수 있게 된다. 흐트러지지 않게.)

여기까지 성공하게 되면, 입자들이 마치 자석 위에 붙어있는 철가루처럼 수트의 전자기장을 따라 정렬되게 된다. 수트 착용자가 팔을 휘두르면, 필라멘트 격자에 걸린 위치 변화를 각 발생 장치가 실시간으로 감지해 필드를 재계산 및 재생성한다(이는 '입자가 관성을 무시하고 따라온다'의 수정 조건인데, 이 갱신 신호는 광속으로 전파되므로 인체 규모(필라멘트 간 거리 수 cm)에서는 그 지연이 나노초 단위에 불과해 사실상 즉각적인 추종으로 지각이 된다. + 이때 입자 자체가 관성을 잃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입자의 유효 질량을 극히 작게 설계함으로써, 같은 힘에도 큰 가속도(a=F/m)를 내게 되어 관성에 의한 반응 지연이 실질적으로 무시할 만한 수준까지 줄어드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 보호막을 만들어 볼 수 있게 되는 세상 타임라인에서, 아직까지도 열역학 제1법칙을 무시할 수 있는 새로운 발견이 등장하지 않았다라는 가정이 존재한다면,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방어막이 외부의 공격(운동 에너지)을 차단할 때 이 에너지는 소멸하지 않고 반드시 다른 형태로 변환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차단 지점(공격지점)에 존재하는 입자들이 '회생제동'처럼 충돌 운동에너지를 유도전류 형태로 흡수해서 전기 에너지로 저장하는 기술을 사용, 전기 에너지로 저장이 가능하게 된다면 방어막을 사용할수록 그 충전량은 늘어나는 두 마리 토끼 같은 효과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박진신 교수님(서울예술대학교 석사(MFA))께서 해당 본문을 읽고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오류를 짚어주셨는데 1.질량이 있으면 관성이 부여되지 않느냐, 2.외부 운동 에너지를 열 에너지로 변환하게 되면 인간이 버티지 못하고 재가 될 것이다. 해당 피드백을 통해 입자 필드의 재계산 및 재생성으로 수정, 외부 운동 에너지를 열 에너지가 아닌 전기 에너지로 수정하는 계기가 되었음

전기 에너지로 변환된 입자들이 있던 위치는 빠르게 다른 입자들로 업데이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입자들을 회전 설계한다. (아래 이어서)

회전에는 동적 순환 시스템을 적용하게 되는데, 벨트, 혹은 손등에 착용한 입자 발생기는 수트 위 전자기장에 입자들을 배치시키며, 수트에 위치한 전자기장 장치들은 입자 발생기 기준 특정 궤도로 초고속 순환 회전하도록 설계한다. 연속으로 운동 에너지를 차단하게 되면, 순환하는 입자들의 에너지가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하니, 입자들을 회수 및 재충전 가능하게끔 설계한다. 이를 통해 방어막 전체의 입자 밀도를 균일하게 유지시킬 수 있게 된다.

비뉴턴 유체 입자를 활용한 전자기장 보호막을 완성했으면, 그 다음으로 필수적인 구현 요소는 바로 호흡이다. 객체가 사람이라면, 숨을 쉴 수 있어야 전투든 뭐든 가능하다.

여기서 산소(O2)와 질소(N2)의 상자성과 이산화탄소(CO2)의 반자성을 활용할 계획이다.

착용자가 숨을 들이마실 때, 아까 동적으로 순환하고 있던 방어막 입자들이 생성하는 자기장 궤도에 비균일한 자기장이 형성된 산소의 상자성을 활용함으로써 외부의 산소 분자들을 방어막 내부로 강제로 끌어당길 수 있게 된다.

강제로 끌어당긴다고 표현한 이유는, 산소는 분자 형태 가장 바깥쪽 궤도에 홀전자 2개를 가지고 있다. 이 홀전자들 덕분에 산소(O2)는 외부 자기장에 강하게 끌리는 '상자성'을 띠게 된다. 분자의 자기장 기울기를 활용한 일종의 트랩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리서치해본 결과, 호흡기 국소 부위의 위상 변조를 통해 호흡하는 순간 타이밍을 맞춰 방어막을 잠시 여는 방법도 존재하긴 했다만 완벽한 방어가 불가능해지는 순간, 즉 약점이 존재하게 되는 순간 사용자에게 치명적이므로 분자의 전위차를 이용한 트랩으로 설계하기로 했다.

  • 날숨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공교롭게도 인간이 날숨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상자성의 완전히 반대인 '반자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보호막 입자로 '끌어당김' 배출은 불가하지만, '밀어냄' 배출은 가능하다.

이산화탄소는 위 단락에 언급했던 '홀전자'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장 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입자들을 밀어내려는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메스꺼울 일은 없겠다.

마지막으로 남은 변수는 질소(N2)이다. 사용 객체를 인간으로 보고, 보호막을 작동한 위치를 우리의 소중한 지구라고 가정했을 때, 공기 중 78%는 질소이다. 질소 역시 반자성이기 때문에 날숨에 CO2를 밀어낼 때 질소까지 다 밀어내 버리면, 방어막 내부가 진공 상태가 되거나 기압 차이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자성 감수율(𝑥){자화율이라는 학술명도 있다네}을 활용하게 되는데, 자성 감수율은 쉽게 말해 '어떤 물질이 자기장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가?'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CO2와 N2의 감수율 차이는 분명히 있다. 두 기체 모두 자기장을 싫어하기 때문에 밀어내지만, 누가누가 더 싫어하는가? 에 대한 공식이 존재한다.

- 질소 (N2) : 𝑥 ≈ -12.0
- 이산화탄소 (CO2) : 𝑥 ≈ -21.0

공식을 긁어보니, 이산화탄소가 질소보다 약 1.7 ~ 2배 정도 더 강하게 자기장을 싫어한다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그럼 이 차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임계값을 설정하면 된다. 자기장의 세기와 변화율을 호흡하는 국소 부위만큼만 적정 수준으로 튜닝한다. 해당 튜닝은 자기장의 세기값이 상향 평준화 되어 약점이 생길 수도 있겠다만, 국소 부위를 완전히 노출시키는 것만큼 위험하지는 않다.

튜닝을 진행하게 되면, CO2는 밀어내지만 N2는 밀어내지 못하는 적정 수준의 값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CO2와 N2 분리는 두 기체의 자화율이 근접해 훨씬 정밀한 자기장 제어가 필요하기는 하다. 튜닝하면서 맞추어 보아야 하는 월등히 더 높은 난이도의 제어)결과적으로 정리하자면, 반자성이 강한 CO2는 방어막 밖으로 사출되고, 반자성이 약한 N2는 기압을 잘 유지하며 방어막 내부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여기까지 오면, 처음에 던졌던 명제로 다시 돌아가 볼 수 있다.

"빠른 것은 막고 느린 것은 통과시킨다."

비뉴턴 유체 입자가 국소적으로 고체화되며 빠른 객체를 막고, 생존에 필요했던 문제인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는 자성 감수율 차를 이용한 방법으로 통과 시킨다.
속도든 자성 감수율이든, 물리량의 임계치를 기준으로 선별한다는 원리로 작동하는 셈.

물론 아직 풀지 못한 것도 남아있다. 방어를 위해 입자 밀도를 높혔을 때, 가시광선이 산란되어 시야를 가리지는 않는가, 온몸을 감싸는 입자들이 체온을 가두지는 않는가, 전력은 어디서 공급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기회가 된다면 더 이야기해보겠다만, 세상엔 재밌는 게 너무 많아서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것저것 배워감에 따라 수정의 여지가 발견되면 보완해보겠다.

해당 글을 작성하면서 수정을 많이 거쳤는데, 그냥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휘갈기고 싶지는 않았다. 현실에 기반한 SF적 설계를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고(현재로서는 말도 안 되긴 하다만),

물리란 사실 사회적 규칙이나 유행이 아니다. 인간이 물리 법칙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발견했을 뿐, 생각할 수 있는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우주를 지탱해온 순수 자연이다.

그렇기에 내가 SF를 사랑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Science Fiction 과학을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듄이 사실 과학적 고증을 제대로 따져보았는가 라는 물음에 그렇다 라고는 절대 답변할 수 없는 세계관이지만 서기 31,000년에 뭔들 못하겠나. 컴퓨터가 파괴되고 난 뒤에 스파이스를 통해 인간의 뇌로 항해를 시작한 세계관에 과학적 고증을 따져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설정 자체가 탄탄하여 그 자체로 납득이 되기도 하고.

마무리하며

나는 추상적인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무조건 정답이 있는 걸 좋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근거 없는 화려함보다는 논리적 설득에 더 큰 경외감을 느낀다.

최근 애니메이션을 한 편 만들었었는데, 이야기가 생각했던대로 안 풀리니 온갖 의미없는 것들로 채워나감과 동시에 "유의미하게 보이는" 영상을 만들게 되더라. 의미가 없을 거면 그냥 없을 것이지, 어떻게든 끼워넣어 있는 척 하는 내가 좀 불쌍해보였다.

예술이든 뭐든, 무언가를 표현함에 있어 실제로 그 분야에 대한 지식 없이는
떠들고 싶지 않다. 제대로 아는 바가 없으면서 동시에 표현하는 모든 것들을 전부 예술이라고 치부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낀다.

예술의 추상에 대한 불신 부분은 뒤샹이 변기를 샘이라 칭하고 논리를 만들어 낸 이후, 많은 이들이 고민없이 의미를 부여하는 세상에 대한 피로감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하지만 뒤생의 생애를 알게 된다면 왜 변기를 샘이라 칭했는지 알 수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예시로 저 역시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 |퍼포먼스?, 젝슨폴록의 넘버5 |드리핑 도 여전히 왜 예술이지?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표현에 이해는 가지만 개인적 지론과 달라 작품에 공감이 가지 않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프렉탈 미학을 좋아라하는 사람이기에 본질로서 그림을 그린 젝슨폴록을 예술가로서 동경하기는 합니다. / 잭슨 폴록도 죽은 뒤 40년 뒤에 그의 기법이 프랙탈로 그려진 것이다가 과학으로 증명되었습니다.

박진신

소설에 등장하는 소재이다 보니 여러 도큐먼트들을 참고했다. 시리즈 팬층이 두터워 유의미한 정보를 찾기까지 그리 많은 노력이 필요하진 않았다.

LLM도 당연히 활용했다. 검증과 수식 작성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LLM 없었으면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

Comments — fully anonym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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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onymous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